
내가 서울에 살던 때가 있었다. 지방 촌놈이 처음 상경하고 나서,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갈 때 비로소 내가 서울에 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.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었고, 보고싶은 것을 모두 볼 수 있었던 그 때. 아무것도 몰랐던 20대 초, 뜨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. 지방으로 다시 내려와 살게 되면서 가끔 서울로 놀러갈 때면,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아시안 하이웨이가 써있는 이정표를 볼 때마다 나는 늘 그때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. 그리고 센트럴 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면 비로소 나는 서울에 왔음을 실감했다. 지금도 나는 그 시절과 같은 날이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.

나는 늘 루틴있는 삶을 추구해왔다. 하지만 어느 날부터 인지 그 루틴이 안주가 되어 건강한 삶을 살아보려한 나는 무료하게 시간만 녹이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 자신이 되어버렸다. 번아웃이라고 핑계를 대보았다. 언젠간 다시 회복하고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다. 하지만 나는 결국 나는 내 몸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거운 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. 의지는 어디가고 허송세월 하루하루를 보내는 듯한 내 자신을 이제 의미있게 보내보려 한다.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. 집 앞에만 나가도 나무들은 푸르고 눈 앞의 갑천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. 얼마든지 나의 의지를 찾아줄 오브제는 많았다. 내가 기를 쓰고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버렸던 것이 아닐까. 이제 나는 순식간에 현재를 지나쳐 과거로 보내버린 그 시각을 나는..